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佛教智慧修行文化

[스크랩] 밀라레빠 / 밀라레빠의 생애 2장 2, 3장, 역자 후기 - 책

by 明智 2008. 2. 19.

<!-by_daum->http://moksha.ohpy.com 2장 2

 

시련 2

 

내가 일터로 돌아가 아픈 등을 무릅쓰고 일하는 광경을 보시며 스승은 남몰래 눈물을 흘리셨다고 한다. 그런 어느 날. 존모께서 오더니 나에게 한 계책을 일러 주셨다. 나는 그 계책에 따라 몇 가지 소지품과 책 꾸러미를 보릿자루에 싸서 걸머지고 라마의 눈에 띄는 곳에서 나가는 척하고 존모는 존모대로 그런 나를 말리는 시늉을 하며 실랑이를 연출 하셨다.

 

"아이구, 아무리 고생이 되더라도 좀 참고 견뎌 보세요. 선생님도 결국은 진리를 가르쳐 주실 것입니다."

 

이 광경을 보고 있던 라마는 존모를 소리쳐 부르셨다. "아녀자여, 그대들 둘은 대체 거기서 무엇들을 하고 있는 것이요?"

 

존모가 말씀하셨다. "아 글쎄 저 가여운 사미가 진리를 배우러 여기에 왔지만 배우지도 못하고 일만 하고 매만 맞으니 진리를 배우기도 전에 죽어 버릴 것 같다고 다른 라마를 찾아 떠난다지 않습니까? 그래 제가 지금 조금만 참아 보라고 말리고 있사옵니다."

 

"응, 그래?" 하더니 라마는 내게로 성큼 다가와 내 볼을 후려치더니 말씀하셨다. "이놈아, 네가 처음 여기 와서 뭐라 했지? 너의 몸도 마음도 다 내게 바친다고 했겠다. 그런데 어딜 간다는 게지? 설령 내가 네 몸뚱어리를 갈래갈래 끊어 놓는다 해도 너는 할 말이 없다. 왜냐하면 너는 이미 모든 것을 내게 바쳤으니까. 헌데 어딜 간다고? 또 내 보릿자루는 왜 들고 나가는 거지?"

 

나는 다시 일터로 돌아가야만 했다. 슝에서 스승의 제자 곡통 쵸도르가 공물을 잔뜩 갖고 많은 제자들과 함께 관정을 받으러 왔다. 존모께서 나에게 보석 구슬을 갖다 주며 말씀하셨다. "선생님께서 당신이 탑 쌓은 공덕으로 만족치 않으시고 더욱 많은 공물을 원하신다면 선생님 몰래 간직하고 있었던 이 보석을 바치고 관정을 부탁해 봅시다." 그리하여 나는 라마께 나아가 공물로써 그 구슬을 바치고 다시 대중들 사이에 앉았다.

 

라마는 구슬을 들어올려 찬찬히 살펴보더니 내게 물으셨다. "그대는 이것을 어떻게 손에 넣게 되었는가?"

 

"존모께서 주셨습니다."

 

라마는 빙긋 웃더니 말씀하셨다. "닥메마를 이리로 부르라."

 

존모가 오시더니 라마의 앞에 몇 번이나 꿇어 엎드리면서 말씀하셨다. "선생님, 이 보석은 결코 우리의 공유 재산이 아니옵니다. 이것은 우리가 결혼할 때 제 부모님께서 주신 제 개인 재산입니다. 선생님께서 매사에 성급하신 것을 보시고 혹여 이혼할 때를 대비하여 저에게 주신 것이므로 남 몰래 간직해 온 것입니다. 그런데 이 젊은이와 같이 구도 정신이 투철한 사람은 제가 일찍이 보지 못했습니다. 하여서 저는 이 젊은이를 위해 보석을 준 것이니 부디 받아 주시고 그에게 법을 설해 주시옵소서. 이 자리에 모이신 여러분들도 저와 함께 이 일을 부탁해 올립시다."

 

말을 맺으며 존모는 눈물을 흘리며 합장 배례하셨다. 라마의 성질을 아는 고꾸빠나 다른 사람들은 누구도 감히 나서려 하지 않았다. 다만 일어나 절하며 "그렇습니다. 존모께서 말씀하신 바와 같이 해 주십시오."라고만 할 뿐이었다. 나는 이 광경에 혹시라도 라마께서 관정을 허락하시는가 하여 머뭇거리며 그 자리에 앉아 있었다. 그러자 라마는 나를 향해 불같이 성을 내며 소리를 지르셨다.

 

"건방진 놈, 내가 말할 때 왜 너는 나가지 않고 버티고 있는가? 내 앞에 앉아 있을 무슨 권리라도 있다는 겐가!" 라마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나를 무섭게 노려보시더니 옆에 있는 주장자를 집어들고는 나를 후려칠 기세였다. 나는 황급히 창문을 뛰어넘어 내 방으로 도망쳐 왔다. 존모께서는 내 방에 와서 밤을 지새우며 나의 처지를 함께 슬퍼하고 위로해 주셨다.

 

"마술사 양반, 너무 상심하지 마세요. 댁보다 더 성실하고 헌신적인 제자는 이 세상 어디에도 없을 거예요. 진리를 배우러 다른 스승을 찾아 나서겠다면 내 필요한 것들을 죄다 준비해 주겠소." 다음날 아침 라마가 나를 부르셨다. 나는 약간의 기대감을 갖고 그에게로 갔다.

 

라마는 물으셨다. "그래, 어제 일로 너는 내게 무슨 나쁜 생각이라도 들었느냐?"

 

"절대로 그렇지 않사옵니다. 오히려 저는 제가 지은 죄과의 대가를 받고 있나 보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업보라고 생각합니다." 말하는 나의 눈에서는 하염없이 눈물이 흘러 내렸다.

 

그러자 라마는 또다시 역정을 내셨다. "눈물을 보여서 내게 동정이라도 얻어내겠다는 것인가? 썩 나갓!"

 

나는 생각했다. '더 이상 이곳에 머물러 무슨 유익한 점이 있을까. 라마는 나만 보면 화를 내시는 그분께는 누를 끼쳐 드릴 뿐이며, 또 그런 나를 딱하게 생각하시는 존모께는 안타까운 마음을 야기시켜 드림으로써 구원의 진리를 수행하기는커녕 죄업만 쌓을 뿐인 것이다. 차라리 어머니가 계시는 고향으로 돌아가자. 아니면 다른 일자리라도 구해 보기로 하자.'

 

나는 지난번의 일도 있고 하여 스승의 물건에는 일체 손대지 않고 처음 이곳에 올 때 가져 왔던 책 몇 권만을 지닌 채 존모에게도 알리지 않고 스승 댁을 나왔다. 반나절 남짓 걸어온 나는 시장기를 느끼고 약간의 보리를 구걸하고 끓여먹을 냄비를 빌렸다. 나뭇가지를 긁어모아 밥을 지어먹자니 문득 서글픈 느낌과 함께 늘 정성스럽게 세끼 밥을 마련해 주시던 존모 생각이 났다.

 

'한 끼 밥 얻어먹는 게 이토록 힘이 드는구나. 내가 스승 댁에서 많은 일을 했다 하지만 사실 존모께서 내게 쏟아주신 정성과 배려를
생각해 보면 아무 것도 아니잖은가.' 그러한 분에게 인사조차 없이 나와 버린 내 자신이 너무나 무례하고 몰염치하게 생각되었다. '아니다. 돌아가서 인사라도 여쭙고 오자.'

 

한편 존모께서는 내가 집을 나가 버렸음을 알고는 라마께 달려가셨다. "선생님의 결코 꺽이지 않던 막강한 적이 집을 떠났사옵니다. 이제 아주 후련하시겠지요?"

 

"어딜 갔다고!"

 

"불구대천지 원수모양 그토록 고생을 시키고 괴롭히던 대마술사 말고 또 누가 있겠사옵니까?" 존모의 말에 라마의 얼굴이 흐려졌다. 두 빰에 눈물이 줄줄이 흘러내리며 그는 큰 소리로 기도하셨다. "오, 가꾸파의 선지식들이여, 수호신이시여, 내 운명의 아들을 돌려 보내주시옵소서." 그러더니 그는 장삼에 얼굴을 묻고 입을 다문 채 말없이 잠잠히 앉아 계셨다. 바로 그러한 순간에 내가 스승 댁에 당도한 것이었다.

 

존모는 나를 보고는 기뻐 어쩔 줄 몰라 하시며 라마께 소리치셨다. "선생님, 대마술사가 돌아왔사옵니다. 선생님께로 데려올까요?"

 

라마는 말씀하셨다. "그는 우리를 버렸지만 자기 자신만은 버리지 않았구나. 당신이 원한다면 그렇게 하라." 나는 라마 앞에 섰다.

 

라마가 말씀하셨다. "대마술사, 그대가 만일 진심으로 진리를 찾고자 한다면 그를 위해 생명이라도 바쳐야 할 각오가 있어야 할 거다.
가서 탑의 나머지를 마저 쌓아 올려라. 그런 후에 교리를 가르쳐 주겠다." 나는 할 말이 없었다.

 

그대로 라마 앞을 물러 나온 나는 존모께 가서 말씀드렸다. "스승님은 아직도 제게 교리를 가르쳐 주시지 않사옵니다. 제게는 나머지 탑을 쌓아 올리면 가르쳐 주시겠다고 말씀하시지만 절대로 안 가르쳐 주실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고향으로 돌아갈 결심을 했던 것입니다. 스승님 내외분께서는 부디 평안하시기 바랍니다."

 

나는 존모께 엎드려 절을 하고 책을 챙겨들었다. 그러자 존모는 내 손을 잡으며 눈물을 글썽이며 말씀하셨다. "내 언젠가 약속한 일이 있지요? 선생님께서 끝내 당신에게 교리를 안 가르쳐 주신다면 다른 라마에게 가도록 도와주겠다고. 내게 맡기세요."

 

존모는 독한 술, 약한 술, 중간 정도의 술로 나누어 잘 빚어 놓고 매월 10일 갖는 재일(齋日)을 기다렸다. 그 날이 되자 존모는 약한 술은 수호신께 공양 올리고 독한 술은 스승의 잔에 자꾸 채워 올렸다. 중간 술은 승려들에게 그리고 존모와 나는 약한 술을 술쩍 혀끝에만 대고 마시는 척할 뿐 거의 마시지 않았다. 재가 끝나자 독한 술인 줄 모르고 연거푸 받아 마신 라마와 승려들은 완전히 곯아 떨어졌다.

 

존모는 몰래 스승의 방에 들어가 스승의 도장을 훔쳐서 내게 교리를 가르치고 관정을 베풀 것을 명령하는, 미리 스승의 필체를 흉내내어 써 놓은 편지에 봉인을 하셨다. 그리고 그 증거로써 대나로빠님께서 마루빠 스승에게 직접 하사하셨던 루비 염주와 보석을 꺼내 내게 주셨다.

 

"이걸 갖고 어서 라마 고꾸빠에게 가서 선생님께서 보내신 것처럼 하세요." 나는 스승의 상수 제자, 라마 고꾸빠에게 모든 희망을 걸고 슝으로 떠났다.

 

이틀 후 스승이 존모에게 물으셨다. "마술사는 무얼 하고 있는가?"

 

"길을 가고 있겠지요. 더 이상은 저도 알 수가 없사옵니다."

 

"무어라고? 어디에 갔는데?"

 

"그가 말하길, 탑을 다 완성한다 하더라도 절대로 선생님께서는 교리를 안 가르쳐 주실 터이므로 다른 라마를 찾아간다고 했습니다. 제가 있는 힘을 다해 말렸지만 듣지 않고 떠났사옵니다."

 

라마는 얼굴에 노기를 띠며 물으셨다. "언제 떠났는가?"

 

"그저께입니다." 라마는 잠시 명상에 잠기더니 말씀하셨다. "나의 아들은 멀리에 있지 않도다."

 

드디어 나는 슝에 있는 경딩 산에 도착하였다. 내가 막 고꾸빠의 절에 당도하였을 때 그는 제자들에게 성스런 탄트라의 교리를 설법
하고 계셨다. 나의 출현에 놀란 고꾸빠는 연유를 물으셨다. 스승의 지시인 양 거짓으로 자초지종을 말하고 나는 가져온 편지와 선물을 드렸다. 편지와 나로빠님의 성물인 루비 염주를 보자 라마 고꾸빠는 감격하여 눈물을 흘리셨다.

 

"지시만 내리셔도 어김없이 수행할 터인데 이 같이 귀한 보물을 보내 주시다니...." 고꾸빠는 마루빠 스승이 계신 쪽을 향해 수없이 절을 하였다. 라마 고꾸빠는 내게 관정을 주어 불보살의 가호를 추구하고 교리를 가르쳐 주셨다. 그런 후 가파른 절벽에 있는 동굴로 안내하고 그 속에서 교리를 바탕으로 한 명상에 들어가게 하셨다. 나는 쉬지 않고 명상을 하였다. 그러나 나는 아무런 내부의 변화도 느낄 수가 없었다. 어느날 라마가 내게 오더니 물으셨다.

 

"형제여, 아무런 체험도 얻지 못했는가요?"

 

"아무렇지도 않습니다."

 

"참으로 묘한 일인 걸. 이런 일은 있을 수가 없는데. 혹 당신이 마루빠 스승님의 허락을 받지 않은 채 이곳에 왔으면 몰라도.... 그럴 리는 없고, 하여간 계속 정진하여 봅시다."

 

나는 겁이 더럭 났다. 나는 사실을 털어 놓고 싶었지만 용기가 나지 않았다. 결국에는 마루빠 스승께서도 다 알게 되겠지.... 나는 다시 명상에 몰입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 스승으로부터 라마 고꾸빠에게 전갈이 왔다. 내가 쌓던 탑을 마저 다 완성하고 이제 바햐흐로 큰 법회를 여니 그때 필요한 물품들을 준비해 갖고 오라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편지 말미에는 "그대 처소에 있는 그 사악한 놈도 함께 데려오라" 는 분부도 있었다. 우리 일행은 긴 여행 끝에 마루빠 스승의 대법회장에 도착하였다. 지시하신 물건들과 함께 자기에게 들어온 공물들을 낱낱이 스승에게 바치는 라마 고꾸빠의 신심을 칭찬하시며 스승은 말씀하셨다.

 

"내게는 사실 이런 것들이 다 소용없노라. 다만 그대들에게 가르침을 실행하는 연습을 시키고자 함이다." 그러더니 갑자기 무서운 얼굴이 되어 고꾸빠를 째려보셨다. "그런데 그대는 어찌된 연유로 내 허락도 없이 데빠가라 부르는 사악한 자에게 관정을 베풀고 교리를 가르쳐 주었느냐?

 

라마 고꾸빠는 무서워 떨며 말했다. "아니옵니다. 스승님께서 보내신 편지의 지시대로 하였을 따름이옵니다. 나로빠님의 염주까지도 보내 주시지 않았사옵니까?"

 

스승은 더욱 험악한 얼굴로 내게 물으셨다. "그대는 그런 물건들이 어디서 났는고?"

 

나는 턱을 떨며 사실을 말씀드렸다. 온몸이 얼어붙는 것만 같았다.

 

스승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시더니 아카시아 가지로 만든 회초리를 들고 존모를 찾아 나서셨다. 이 광경을 보고 있던 존모는 재빨리 몸을 날려 법당으로 들어가 안에서 문을 잠가 버리셨다. 나의 가슴은 찢어질 듯하였다. 세찬 바람에 뿌리채 뽑힌 나무와도 같은 심정이었다. 내가 악의 길을 걷고 있을 때 나에게 황금이 있었다. 바른 길을 걷고자 하는 지금 그것이 내 손에 없는 운명을 나는 한탄하고 괴로워하였다.

 

"세속적인 부를 갖고 있지 않다면 라마는 결코 나에게 진리를 가르쳐 주지 않으리라. 나는 구원의 진리를 얻지 못한 채 살아가기보다는 차라리 죽는 것이 나을 것이다. 어찌하면 좋을까. 아, 어찌하면 좋을까...."   

 

깊은 뜻을 전수받다

 

이야기를 듣고 있던 대중들은 제츈 존자께서 수련 기간 중 겪으셨던 시련에 한숨을 쉬며 안타까워하였다. 렛충이 다시 일어나 스승께 절하고 여쭈었다. "라마 마루빠께서는 그 후 어떻게 하여 스승님께 법을 전수하게 되었습니까?"

 

제츈은 말을 이으셨다. "내가 자신의 불행한 운명을 한탄하고 스승의 자비와 총애를 받는 많은 사람들의 행운을 부러워하며 자결을 결심했을 때 한 제자가 나를 부르러 와서는 '라마께서 당신을 불러오라고 하셨습니다'라고 하였다." 나는 여전히 미심쩍어 하면서 쭈뼛쭈뼛 안으로 들어갔다. 뜻밖에도 라마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이제 나의 분노는 파도와 같이 가라앉았다. 그것은 속인들의 세속적 분노와 같지 않다. 깨달은 자의 분노는 설령 그것이 어떤 형태로 나타난다해도 그에 따라 그 사람이 후회하는 마음을 일으키게 하여 깨달음으로 나가는 데에 기여한다는 목적을 갖고 있는 것이다. 나는 이 아들을 아홉 번 절망의 구렁텅이에 빠뜨림으로써 그의 죄업은 완전히 소멸될 수 있었다. 그러나 닥메마의 때를 알지 못하고 가련해 하는 마음과 좁은 안목으로 그것을 다 채우지 못하였기 때문에 앞으로 그는 사소한 여러 징벌을 받을 것이고, 그의 죄업은 그때야 비로소 완전히 소멸될 것이다. 이제 나는 그를 위해 내가 알고 있는 바 모든 교리와 관정을 베풀어 줄 것이니라. 또한 내 몸소 그를 토굴에 넣고 그의 수행을 점검할 것이다."

 

이와 같이 하여 나는 지혜의 어린 나뭇가지가 마음에서 쑤욱쑤욱 자랄 때까지 수년간 스승 밑에서 자성(自性)을 계발시키며 참으로 즐거운 명상의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렛충이 여쭈었다. "스승님께서는 언제 어떠한 연유로 마루빠 스승님 곁을 떠나시게 되었는지요? 또 토굴에는 얼마나 오래 계셨는지요?"

 

스승은 말씀하셨다. "나는 그곳에 오래 머물지는 않았다. 토굴에 있는 동안 나는 거의 잠을 자지 않고 정진하였다. 그 결과 많은 진전이 있었다. 그런 어느 날 황폐해진 고향 땅, 나의 집이 잡초가 우거져 폐허가 되고 어머니는 돌아가셨으며 하나뿐인 누이동생 빠다마져 걸인이 되어 이곳 저곳 떠돌고 있는 꿈을 꾸게되었다. 앞서 이야기한 바와 같이 오래 전 불행한 상태로 어머니와 이별한 후 한번도 그분을 뵙지 못하였으므로 꿈속에서도 나의 마음은 슬픔과 그리움으로 메어질 듯하였다. 꿈에 베개가 눈물에 젖어 흥건하였다. 나는 어떻게 해서라도 늙으신 어머니를 뵙고 오리라 결심하였다."

 

날이 새자 나는 토굴의 벽을 스스로 허물고 스승께 나아가 고향에 다녀오겠다는 결심을 말씀드렸다.

 

이에 라마는 말씀하셨다. "아들아, 그대가 처음 나를 찾아 왔을 때 그대는 가족이나 친척을 여하히 그리워하지 않겠노라고 했는데 이제는 그토록 그리워 못견디겠다는 것이냐? 허나 고향에 간다 해도 그대는 이미 살아 계시는 모친을 볼 수는 없을 것이다. 그대는 흑마술을 배우기 위해 짱에서 수년간을 지냈고, 여기서도 벌써 오랜 세월을 보냈으니까. 그토록 고향에 가고 싶다면 할 수 없다만 다시 돌아오리라는 그대 생각처럼 이 생애에서는 우리가 다시 만날 수 없으리라."

 

스승께서는 나의 귀향에 앞서 미처 내가 배우지 못한 불법의 모든 것을 빠짐없이 상세히 가르쳐 주시고 고향에 돌아가서 내가 지켜야 할 것, 그리고 성스러운 수행터를 지정해 주셨다. 존모께서는 나와의 이별을 슬퍼하고 성대한 잔치를 베풀어 주셨다. 그리고 내가 떠나는 날 두 분의 신앙의 형제들은 멀리까지 나를 배웅해 주셨다. 나는 석별의 섭섭함으로 눈물이 앞을 가려 차마 스승의 용안을 바로 뵈올 수가 없었다. 스승께서는 나의 여정에 신의 가호가 있기를 두 손을 모아 빌며 다음과 같은 훈계의 시를 노래해 주셨다.

 

그대 만나는 고향집의 비참함 속에
무상(無常)을 가르치는 스승 있으리

 

그대 누이, 큰아버지를 비롯한 친척 중에서
가족의 인연 맺게 한 맹목적 꿈을 보여 줄 스승 있으리

 

고요하고 조용한 암굴 속에
이 윤회하는 생명을 영원한 지복(至福)과 바꾸어 주는 시장 있으리

 

신령스런 사원, 그대의 몸 속에
천상의 신들이 모여 노니는 방 있으리

 

건강에 좋은 음식, 쓰디쓴 나물국 속에
신들을 기쁘게 하는 단 이슬 있으리

 

고향에서 그대를 기다리는 증오와 분함 속에
곧 귀의케 하는 원력 있으리

 

인적이 끊어진 곳, 분주함 없어
곧 비밀한 힘(싯디)의 은혜 있으리

 

그대 명상할 청청한 땅에
성취를 향한 희망찬 즐거움 있으리

 

신심 깊은 진실한 마음에
근면에서 비롯된 덕 있으리

 

자활(自活)의 자유 속에
하늘의 축복인 평화 있으리

 

귀의의 성스런 동산에
모든 성공의 원천 있으리

 

그대, 밀라레빠의 열성과 정진 속에
모든 불교도 신앙의 표석(標石) 있으리

 

그 표석을 지키는 자(밀라레빠) 위에
원컨데 모든 신들의 가호 있을지어다.

 

이리하여 나는 눈물로 스승께 작별 인사를 드리고 고향을 향해 걸음을 재촉하였다.    모든 세속의 인연을 포기하다

 

다시 렛충은 여쭈었다. "존사시여, 당신께서 고향집에 당도하셨을 때 그 꿈은 사실로 나타났습니까? 아니면 모친께서는 아직 살아 계셨습니까?"

 

제춘은 말씀하셨다. "불길한 꿈은 너무도 사실이었다. 나는 어머니를 만날 수 없는 운명이었다. 내 집이 바라다 보이는 협곡 위에서 나는 몇 사람의 양치기들을 만났다. 나는 외지에서 온 순례자인 것처럼 하고 그들에게 마을 사정에 관해 이것 저것을 물으니 그들은 상세히 이야기해 주었다. 나는 나의 집을 가르키며 대단히 큰 저택인데 어찌하여 저렇게 폐허가 되었으며, 또 거기에 어떤 사람이 살고 있었는가를 물었다.

 

그들은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저 집에는 옛날에 매우 재산이 많은 부지가 살았으며, 아들 하나를 두었습니다. 그의 부친이 임종시 유언장을 작성하는 데 실수가 있어서 이를 기화로 아들의 큰아버지가 재산을 몽땅 가로챘습니다. 그 아들은 장성하여 재산을 반환해 줄 것을 요구했으나 그때는 이미 큰아버지의 권세가 너무 커서 재산을 돌려 받을 수 없게 되자 흑마술을 익혀 그 비술로 그들에게 저주를 내리고 그 토지에 커다란 재앙이 내리게 했었지요.    

 

그 후 우리는 모두 그자의 수호신을 두려워하여 누구 한 사람 감히 그쪽을 보려고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렇게 된 것입니다. 게다가 저 집에는 그 아들의 어머니의 시체와 악귀가 살고 있지요. 그 아들에게는 누이가 하나 있었는데, 어머니가 죽자 집을 버리고 멀리 떠나 거지가 되어 유랑하고 있답니다. 아들 또한 아직 소문도 없는 것을 보니 필시 어딘가에서 객사한 모양입니다. 순례자 양반, 만일 위험을 무릅쓰고라도 저 집에 가실 수 있다면 거기서 많은 경전을 얻을 수 있을 겁니다만.... 그 부친 생전에 장사차 여러 나라를 다니며 많은 좋은 책을 구해 왔었다고 합니다.'

 

그런 일들이 모두 언제 일어났는지를 물으니 그 모친이 죽은 지는 팔 년이 지났으나 그 아들이 흑마술로 큰 저주와 재앙이 일어나게 한 것에 대해서는 그때 그들이 아직 어려서 잘 기억하지 못하며, 단지 사람들에게 들어서 알뿐이라고 하였다. 어머니의 죽음과 누이의 실종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나는 슬픔과 절망에 빠졌다. 나는 해가 질 때까지 수풀 속에 몸을 숨기고 하염없이 울었다. 해가 진 후 나는 마을을 내려갔다.

 

오! 이럴 수가!

 

꿈에서 본 그 모습 그대로의 내 집을 보았던 것이다. 사주 팔각(四柱八脚)이라 불리던 사원처럼 장엄했던 옛집은 폐허가 된 채 잡초가 우거져 입구조차 분간하기 어려웠다. 그리고 그 많던 경전들을 바래고 찢기고 비에 젖어 두터운 먼지와 지붕에서 무너져 내린 흙더미에 덮여 새들의 보금자리가 되어 있었다. 보이는 것이라곤 모두 황량한 폐허뿐이었다. 나는 완전히 낙심했다.

 

현관 입구를 찾아 더듬거리던 나는 흙더미가 두텁게 쌓인 둔덕을 발견하였다. 그 위에 역시 많은 잡초가 무성해 있었지만 나는 본능적으로 그것이 어머니의 유골이 묻혀있는 흙더미임을 알 수 있었다. 어머니를 향한 깊은 그리움의 정으로 나는 정신을 잃을 지경이었다. 나는 스승의 가르침을 떠올렸다. 나는 어머니의 영혼과 가꾸파 성자들의 신령에 융합하고 어머니의 뼈 무덤을 배게로 삼아 투명하고 깊은 명상, 평정하고 미혹 없는 경지에 들어갔다.

 

이와 같은 명상 속에서 일주일이 지난 후 나는 사마디[삼매]에서 깨어났다. 이를 통해 나는 윤회하는 존재로서는 어떠한 상태로든 변치 않고 영원한 지복의 은혜를 얻을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하였다. 나는 어머니의 유골을 부수어 흙과 섞어 짯짜라 부르는 조그마한 소상을 만들어 부족하나마 격식을 갖추어 장례를 지내 드리기로 하고, 나 자신은 스승께서 지정해 주신 토굴에 가서 오로지 진리의 터득에 생애를 바치리라 결심하였다. 만일 세속적 욕망이 나를 유혹하여 마음이 조금이라도 흔들린다면 그때는 생명이라도 끊을 수 있는 용기를 주시도록 수호신께 기원하였다. 나는 이 확고한 결의를 스스로 마음에 새기기 위해 시를 지어 노래하였다."

 

이 세상 모든 것 덧없고 무상하여서
나는 불멸의 행복 찾아 수행에 정진하리

 

아버지 살아 계실 때 내 나이 어렸고
내가 성인 되니 그분 이미 세상에 없네
우리 함께 있었다 해도
영원을 기약하진 못할 것
나는 불멸의 행복 찾아 수행에 정진하리

 

어머니 살아 계실 때
나는 집을 떠나 없었고
나 이제 돌아오니 그분 이미
세상에 없네
우리 함께 있었다 해도
영원을 기약하진 못할 것
나는 불멸의 행복 찾아 수행에 정진하리

 

경전이 있을 때 공부할 사람 없었고
공부할 사람 돌아오니
그건 이미 낡고 해졌네
우리 함께 있었다 해도
영원을 기약하진 못할 것
나는 불멸의 행복 찾아 수행에 정진하리

 

기름진 밭 있을 때 농부 떠나 없었고
농부 돌아오니 밭은 잡초만 무성하네
둘이 함께 있었다 해도
영원을 기약하진 못할 것
나는 불멸의 행복 찾아 수행에 정진하리

 

좋은 집 있을 때 주인은 멀리 떠나 없고
주인 돌아오니 집은 이미 폐허 되었네
우리 함께 있었다 해도
영원을 기약하진 못할 것
나는 불멸의 행복 찾아 수행에 정진하리

 

나는 불굴의 귀의자
이 세상 모든 것 다 허망한 것임을 알아
불멸의 행복 찾아 수행에 정진하리
 나는 먼지와 흙구덩이 속에서 경전을 추려 짊어지고 어머니의 유골을 가슴에 안고 옛날 나를 이끌어 주셨던 루가드간 스승댁을 찾아갔다. 스승은 이미 세상을 떠났고 그의 아들이 있었다. 나는 그에게 어머니의 유골로 짯짜를 만들어 줄 것을 부탁하고, 그 대가로 갖고 있던 경전을 주었다. 그러나 그는 경전을 받으면 악귀가 그의 집에 붙는 것이 아닌가 하는 두려운 생각에 감히 경전을 받지 못하였다. 나는 기꺼이 경전을 드리는 것이니 절대로 그런 일이 없을 것이라고 그를 안심시켰다. 나는 그것을 스투파[무덤]에 안치하고 떠날 채비를 하였다.

 

스승의 아들은 "얼마 안되지만 수행하는 동안 쓰십시오. 그리고 도를 이루시거든 부디 저희들을 위해서 제도해 주시기를...."

 

하며 보릿가루 한 포대와 얼마간의 버터와 치즈 그리고 약품 등을 내게 주었다. 그것들을 갖고 나는 집 뒷산 중턱에 있는 암굴로 가서 명상에 들어갔다. 몇 개월이 지났는지 식량이 완전히 떨어졌다. 먹을 것 없이 명상을 계속할 수는 없었다. 나는 마을로 걸식을 나갔는데 공교롭게도 저 대참사 후 이사를 했다는 큰아버지의 집 문전에 서게 되었던 것이다.

 

그는 이내 나를 알아보고 고함을 지르며 달려 나왔다. "내 비록 늙어 송장처럼 됐지만 생전에 네 놈을 꼭 만나 원수를 갚으려 했는데 이제야 바로 만났구나!" 큰아버지는 고함을 치며 나에게 돌을 던지셨는데 모두가 내 옆을 아슬아슬하게 스쳐 갔다. 나는 그대로 도망을 쳤으나 큰아버지는 끈질기게 쫓아오며 이번에는 활을 쏘아대기 시작했다.

 

"저 놈, 내 아들을 죽이고 마을을 파괴한 원수놈, 어이 여러분, 마을 사람들! 우리의 원수가 여기 나타났소, 빨리 나오시오!" 이 소리에 젊은이들이 몰려나와 합세하여 내게 돌을 던지고 활을 쏘아댔다. 나는 그들의 격노와 복수의 희생이 되는 게 아닌가 두려웠다.

 

나는 절규하였다. "오, 아버지, 가꾸파의 구루시여, 무수한 피를 마시며 신앙을 수호하는 신들이시여. 귀의자 밀라레빠는 지금 적에게 쫓기고 있나이다. 저들을 물리쳐 주옵소서!"

 

그러자 그들은 모두 공포에 질려 두려워한 끝에 몇 사람이 중재자로 나서서 내게 오히려 용서를 비는 것이었다. 큰아버지를 제외한 모든 사람들은 각각의 형편대로 음식물을 보시하여 나는 그것들을 갖고 굴로 돌아올 수 있었다. 어느 날 내 약혼녀였던 제세가 내가 이곳에 있다는 소문을 듣고 많은 음식물을 갖고 찾아 왔다. 그녀는 눈물을 흘리며 나를 부둥켜안았다. 그리고는 어머니의 처절한 임종 모습과 가련한 누이의 유랑에 관해 이야기해 주었다.

 

나는 말했다. "아직까지 결혼하지 않고 있다니, 당신은 얼마나 순결하고 지조 있는 여인인가."

 

"사람들이 당신의 수호신을 겁내어 누구도 감히 제게 청혼을 하지 않았습니다. 설사 누군가 청혼했다 해도 저는 응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당신이 이처럼 수도 생활을 하시는 것을 뵈오니 참으로 장하십니다. 그러나 집과 토지는 어찌하실 생각이신지요?"

 

"나는 들쥐나 날새처럼 한적한 동굴에 앉아 수행에 전념하는 몸, 그런 것들이 내게 무슨 필요가 있겠소? 혹시 나의 누이를 만나게 되거든 그녀가 수습토록 하여 주시오. 그녀가 죽으면 당신이 처리하여 주면 좋겠소."

 

그러자 그녀가 말했다. "당신의 신념은 너무나 비참하고 처량해 보입니다. 저는 아직까지 당신 같은 수행자를 보지 못하였습니다. 당신은 마하야나[大乘]의 어느 파에 속하십니까?" 나는 그녀에게 이 법은 마하야나의 가장 높은 가르침[敎義]으로 이 한 생에서 붓다후드(정각을 얻는 것)를 성취할 수 있는 '완전한 자아 포기'라 부르는 말 그대로 이 속세의 모든 바람이나 목적이나 대상, 그리고 나까지를 멸각(滅却)시켜 나가는 수행법이라고 말해 주었다.

 

그녀가 말했다. "당신의 그 같은 수행이 다른 사람들의 수행과는 정말 판이하다는 것을 잘 알았습니다. 그리고 당신께서 말씀하시는 바 법의 수행이란 것이 대단히 어렵다는 것 또한 잘 알았습니다."

 

나는 말했다. "속세에 대한 미련을 조금이라도 갖고 있는 요기는 내가 이상으로 하는 훌륭한 수도자가 될 수 없습니다. 항상 누런 옷에 몸을 감싸고 청정 계율을 지키고 있는 수도승조차 실은 법에 대한 차이가 있다고 나는 확신합니다. 지금 당장 당신이 이 점을 이해할 수 없겠지만, 만일 당신이 나의 말을 수긍할 수 있는 날이 오거든 당신 자신도 이 대승의 진리를 수행하십시오. 그러나 그 일이 자신에게 적합치 못하다고 생각된다면 내 이미 말했듯이 나의 집과 토지를 가질 수 있으니 어서 집으로 돌아가십시오."

 

제세가 말하였다. "저는 당신 누이가 마땅히 소유해야 할 집과 토지를 가질 생각은 없습니다. 물론 저도 수행자가 되고 싶습니다만 당신처럼 될 수는 없겠지요." 그리고 그녀는 나를 떠나갔다.     홀로 수행에 들어가다 1

 

나는 이곳에서 머무는 것이 큰아버지를 비롯한 친척들의 분노만 야기시킬 뿐 더 이상 의미가 없음을 알고 이미 마루빠 스승께서 말씀해 주셨던 성스러운 수행터 다까루 간의 암굴로 떠나기로 하였다. 이 굴은 내가 사마디의 기초를 쌓는 동안 나를 가호해 주었다 하여 후에 '말라레빠가 수행의 첫 발을 내민 굴'이라 불리게 되었다. 다까루 단의 암굴은 수행하기에는 더없이 좋은 곳이었다. 나는 이렇게 서원하였다.

 

"진리를 체득하지 못하고 일생을 지내느니보다는 차라리 죽는 편이 나으리라. 싯디(비밀한 힘)를 성취하지 않고서는 결코 이 자리를 떠나지 않을 것이다. 이 서원이 깨뜨려진다면 오, 신앙의 수호신들이여, 원컨데 이 생명을 끊어 주옵소서. 그리하여 내생(來生)에서는 부처님과 선지식의 자비로 정법에 인도하여 주시고 도를 닦음에 있어 온갖 장애를 극복할 수 있는 굳센 힘과 지성을 갖추도록 가피하여 주소서!" 나는 이러한 나의 원을 모든 불보살과 마루빠 스승께 바치기 위해 시를 지었다.

 

원컨데 덧없는 세상의 환락에
유혹되지 말며
명상에서 오는 청정함이
한없이 불어나게 하소서.

 

원컨데 평온한 무의식 속으로
빠지지 말며
초의식의 꽃이
내 안에서 피어나게 하소서.

 

원컨데 마음이 지어 낸 생각이
나를 괴롭히지 말며
불생(不生)의 무성한 나뭇잎이
내 안에 무성하게 하소서.

 

원컨데 산에 머무는 이 행자가
속세의 하찮은 지식으로
괴로움 당하지 말며
지혜와 원체험(原體驗)의 과실이
무르익게 하소서

 

원컨데 이렇게 가는 길과 방법에
더 이상 의혹을 갖지 말며
항상 마음의 아버지
그분 곁에서 수행하게 하소서

 

나는 지극히 적은 양의 음식을 섭취하며 명상을 계속하였다. 그리하여 마침내 나는 마하 무드라(大印)의 지혜를 습득하게 되었다. 그러나 나는 몹시 쇠약해져서 몸의 기(氣:정신 생리적 신경의 힘)를 지배할 수 없게 되어 희열의 내부에 있는 불을 구할 수 없었다. 때문에 나는 끊임없이 추위로 고통을 당하였다. 나는 거기에 정신을 집중하고 구루께 기도하였다. 어느 날 밤 초의식 상태에서의 선명한 경계를 보게 되었다. 마루빠 스승께서 보내셨다는 무수히 많은 여인들이 나를 에워싸고 법회를 연다고 분주히 음식을 차리며 말하는 것이었다.

 

"마루빠님께서 말씀하시기를 만일 당신이 희열의 불(blissful fire of tummo)을 내부에 느끼지 못하시겠거든 당신의 육체와 음성 그리고 마음을 대상으로 이 방법을 시도해 보라 하십니다." 그들은 여러 가지 요가 방법을 실제 포즈를 취해 가며 내게 가르쳐 주었다.

 

나는 그들의 가르침을 따라 우선 여섯 개의 아궁이(interwoven hearth)라 알려진 앉은 자세를 취해 보였다. 또 허공을 향해 있는 힘을 다해 고함을 질러 성대 에너지를 조절하였다. 그리고 뱀이 똬리를 틀 듯 자신을 안정시키는 강력한 힘을 개발하여 점진적 조화를 명상하고 실수하였다. 그랬더니 과연 얼마 안가 희열의 불을 일으킬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일년이 지난 어느 날 나는 문득 바람도 쏘이고 기분 전환도 할 겸 굴 밖으로 나가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나는 처음 세웠던 서원이 생각나서 자책의 시를 지어 노래하였다.

 

그대, 밀라레빠여!
이 자책의 노래를 그대에게 들려 주노라.
달콤한 대화로부터
그대는 멀리 떨어져 있어
그것이 적적하다 하여 즐거움을 구하려 하네

 

마음을 흥분시키지 말고
평온 속에 안주하라.
마음을 단속하지 못하면
곧 죄악이 잉태되리

 

기쁨을 찾아 나서지 말고 선좌에
만족하라
유혹에 지고 나면
수행은 곧 바람결에 흩어지리

 

고개를 쳐들지 말고 아래로 떨구라
고개를 쳐들면 곧 무익한 세간사를
탐하게 되리

 

수마에 빠지지 말고 명상을 계속하라
수마에 빠지면 곧 무지(無知)의 해독이
그대를 정복하리

 

이후 3년 동안 나는 끊임없이 명상을 계속하였다. 그토록 아껴 먹었던 식량은 바닥이 났고, 나는 깨달음을 이루지도 못한 채 굶어 죽을 지경이 되었다. 그것은 내가 불멸의 공부를 하는데 있어 참으로 큰 방해였다. 그때 나에게 한 생각이 떠올랐다. 내가 만일 사람 사는 곳으로 내려가지 않고 생명을 이을 음식을 찾아 나선다면 그것은 서원을 깨뜨리는 것은 아닐 것이다. 수행을 위해서이므로. 그리하여 굴 밖으로 나와 주위를 살펴보니 쐐기풀이 무성하고 양지바르고 앞이 확 트인 언덕에 동굴이 하나 있었다.

 

나는 그곳으로 자리를 옮겨 쐐기풀의 즙을 내어 먹어가며 명상을 계속하였다. 이제 나에게는 몸을 가릴 옷도 몸에 유익한 음식도 없었다. 내 몸은 쐐기풀처럼 초록빛이 되었으며, 초록빛이 띤 머리털은 쐐기풀처럼 길게 자라 온 몸을 뒤덮었다. 나는 스승께서 주신 책을 머리에 이거나 혹은 그분의 자비하심을 머리에 새기며 예배하곤 하였다. 이러한 일은 배가 고플 때 위를 달래는 효과가 있어서 때로는 마치 배불리 먹은 것처럼 트림이 나오기도 하는 것이었다.

 

그로부터 다시 일 년이 지나, 이제는 입고 있던 옷이 다 헤어져서 보리를 담았던 자루로 상반신을 덮고 있던 가리개마저 닳고닳아 드디어는 가리개로도 쓸모가 없게 되었다. 나는 그것을 세 겹으로 접어 몸에 두르고 밤의 추위를 막아야 했다. 그런 어느 날 굴 밖에서 사람들의 말소리가 들려 왔다. 나가 보니 사냥꾼 일행이 포획한 사냥물을 짊어지고 동굴로 다가오는 것이었다. 동굴 입구에 있던 나의 모습을 보더니 앞서 오던 남자가 "귀신이다. 귀신이 나타났다!" 외치며 놀라 달아났다.

 

나는 그들을 불러 내가 귀신이 아니고 수행자로서 오랫동안 이곳에 머물며 명상하다 보니 먹을 것, 입을 것이 다 떨어져 이런 몰골이 되었노라고 말해 주었다. 그들은 나를 찬찬히 훑어 보고는 다시 굴 안으로 들어와 구석구석 살펴보았다. 그러나 쐐기풀과 그것을 끓여먹던 냄비 이외에 아무 것도 발견할 수 없었으므로 그들은 모두 내게 대해 깊은 존경심을 일으켰다. "이렇게 고행을 하고 계시다니 참으로 훌륭하십니다. 저희들이 사냥한 동물로 공양코자 하오니 부디 저희들의 죄를 위해 기도해 주십시오."

 

그들은 공손히 말하더니 갖고 있던 음식물과 잡은 짐승을 내게 바치고 가 버렸다. 세상 음식을 먹자 나는 육체의 안온함을 느껴 정진을 하는데 유익한 마음의 희열을 갖게 되었다. 적정처에서 홀로 수행하는 행자에게 필요한 음식물을 보시한 사람들의 공덕은 마을의 안락한 환경에서 수행하는 이들에게 보시하는 공덕보다 훨씬 크리라고 나는 생각하였다. 어느 날 밤 나의 동굴에 한 남자가 살금살금 들어오더니 무엇이 있나 하여 구석구석을 뒤지는 것이었다.

 

나는 웃으며 말했다. "굴 안에 있는 내가 아무 것도 찾지 못하였는데 그대가 이 밤중에 찾아 낼 것이 있을까.... 어디 잘 좀 뒤져 보시오."

 

그 남자도 웃음을 참지 못하는 듯 양손으로 입을 가리고 킥킥거리며 가 버렸다. 세월은 또 흘러갔다. 어느 때 갼가 짜의 사냥꾼 몇 사람이 이곳까지 사냥을 나왔다가 길을 잃고 헤메다가 나의 동굴까지 들어오게 되었다. 나는 세 겹으로 접은 넝마를 몸에 두르고 깊은 사마디[삼매]에 들어 있었다. 그들은 내가 사람인지 귀신인지를 알아보려고 내게 절하는 척하며 나를 찔러 보는 것이었다.

 

나는 입을 열어 말했다. "내가 인간인 것은 확실합니다."

 

나의 목소리를 듣더니 그들은 내가 혹시 대빠가가 아닌지를 물었다. 그렇다고 하니 그들은 반색을 하며 내게 먹을 것이 있으면 후일 답례를 충분히 할 터이니 좀 달라고 하였다. "우리는 몇 년 전 당신이 집에 왔었다고 들었는데 그후 쭉 여기에 계셨는지요?"

 

"그렇소. 하지만 내게는 당신들이 먹을 만한 음식이 없소." 그러니 그들은 먹을 수 있는 거라면 아무 거라도 달라고 졸랐다. 나는 그들에게 불을 지피고 쐐기풀을 끓이라고 하였다. 그들은 그렇게 하고서 맛을 낼 고기나 기름 같은 것을 기대하는 눈치였다.

 

나는 말해 주었다. "그런 것이 있었다면 나도 맛 좋은 풀국을 먹을 수 있었겠지요. 그러나 몇 년간 나는 그런 음식을 구경도 못하였소. 쐐기풀을 양념 삼아 조금 더 넣고 끓이시오."

 

그러자 이번에는 풀국을 진하게 할 가루나 곡식을 찾았다. 나는 그들에게 만일 그런 것들이 있었다면 나도 살이 될 풀국을 먹었겠지만 수년간 그런 것 없이 지내 왔으니 대신 쐐기풀 토막을 사용하라고 하였다. 마지막으로 그들은 소금을 달라고 하였다. 소금은 맛을 내는 데 좋은 것이지만 나도 요 몇 년간 소금 없이 지내 왔으므로 소금 대신 쐐기풀 토막을 더 넣도록 권하였다.

 

"과연 이러한 음식을 먹고 그런 옷을 걸치고 있으니 이 지경이 되었군요. 당신은 이미 인간의 모습이 아닙니다. 차라리 남의 집 머슴으로 일을 해서라도 배를 채울 음식과 따듯한 의복을 구하지 그러셨습니까? 당신은 이 세상에서 가장 불쌍하고 비참한 사람입니다."  나는 말하였다. "오, 친구들이여, 그런 말 마시오. 나는 생을 받은 중생 가운데 가장 행운아이며 이 세상의 뛰어난 사람들 중의 하나요. 나는 로뿌다꾸의 역경 삼장법사이신 마루빠 대스승님을 만나게 되어 그 분으로부터 단 일생에 부처를 이룰 수 있는 위대한 진리를 배워 이제 온갖 세속적 욕망을 버리고 이 한적한 곳에서 엄격한 수행으로 정진하고 있소. 나는 내 자신을 영원히 이익 되게 하는 길을 찾고 있는 것이오.

 

그런데 당신들은 불타의 높은 교리가 유포되어 있는 나라에 살면서도 거기 귀의하기는커녕 그분의 가르침을 들어 보려고도 하지 않았소. 그뿐이겠소? 자신들이 고통스런 감옥에 갇혀 사는 줄도 모르고 그 속에서 좋아라 서로 다투고 경쟁하며 죄를 쌓아가고 있소. 당신들이 갖고 있는 삶의 목적이란 얼마나 어리석고 밝은 길에서 벗어나 있는 것인가? 나로 말하면 영원한 행복에 대한 희망이 있을 뿐 아니라 이러한 수행 생활에 만족하고 있소." 나는 그들에게 「다섯 가지 즐거움」이란 시를 들려 주었다.

 

여기 다까루 단 암굴 한가운데에
티벳의 수행자 밀라레빠는
세속의 모든 욕망과 망상을 떠나
위없이 높은 깨달음을 구하며 사네

 

즐거움은 밑에 까는 조그만 방석
즐거움은 위에 걸친 누더기 면포
즐거움은 무릎을 받치는 명상대(帶)
즐거움은 배고픔을 잘 견디는 이 몸뚱이
즐거움은 바로 이 순간에 머물며
궁극의 목표를 인식하는 빈 이 마음
나에게는 이 모든 것이 다
즐거움의 원천
즐겁지도 않은 것은 하나도 없네.

 

나의 노래를 듣더니 그들이 말했다. "당신은 아직도 아름다운 음성을 갖고 계시는군요. 수행의 여러 가지 즐거움에 대해 노래하셨습니다만 우리들에게는 이러한 생활은 불편하기만 해서 한시도 견딜 수 없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들은 돌아갔다. 갼가 쨔에서 해마다 축제가 열리면 사람들은 나의 이 「다섯 가지 즐거움」의 노래를 함께 부르곤 하였다.    홀로 수행에 들어가다 2

 

마침 누이 빠다가 축제에서 음식을 구걸하다가 그 노래를 듣게 되었다. "여보세요, 주인님. 그러한 시를 노래하신 분은 틀림없이 부처님이시겠지요?"

 

사냥꾼 한 사람이 말했다. "하하하, 이 처녀가 제 오빠를 크게 명예롭게 해 주네."

 

다른 사람이 말했다. "놈은 부처든가 아니면 짐승이지. 아무튼 굶어 죽기 직전에 있는 네 오빠임에는 틀림없어."

 

"오, 나의 부모님은 돌아가셨고 친척들은 적이 되었습니다. 오빠는 고향을 멀리 떠났으며, 저는 이렇게 구걸을 하며 다니고 있습니다. 이 같이 비참한 신세를 어찌 그다지도 조롱하십니까?" 빠다는 이렇게 말하며 와락 울음을 터뜨렸다.

 

제세가 우연히 그곳을 지나다가 빠다를 발견하고 그녀를 위로하며 말했다. "빠다, 울지마. 그 사람이 틀림없이 네 오빠일 거야. 몇 년 전 오빠를 만났었는데 그때도 굴 속에서 수행하고 있었으니까. 어서 다까루 단으로 가 봐."

 

이렇게 하여 빠다는 구걸을 해 가며 나를 찾아 오게 되었다. 나를 본 빠다는 외마디 소리를 지르며 놀라 자빠졌다. 두 눈은 움푹 패이고, 뼈가 앙상하게 드러났으며, 피부는 푸르스름한 녹색, 근육은 바짝 오그라들은 데다 머리는 자라 헝클어진 나의 모습에 그녀는 넋을 잃고 바라보다 한참 후에야 절규하며 나를 끌어안고 울부짖었다.

 

"오빠, 어쩌다가 이런 지경이 되셨나요. 어머니가 얼마나 보고 싶어 하셨는지 아시기나 하세요? 만일 살았다면 귀하신 몸이 되어 계신 오빠를 만날 것을 기대했었지요. 그러나 이제는 다 틀렸어요. 이 세상에서 우리보다 더 불행한 사람이 또 있을까요?" 빠다는 울고 또 울었다, 마침내 나마저 비참한 생각이 들어 누이에게 노래를 들려 주었다.

 

나의 주, 마루빠님께 예배합니다.
굳게 정진토록 하여 주소서

 

비탄에 빠진 나의 누이여,
이 세상의 모든 기쁨·슬픔이
영원하지 않음을 알라.
나의 수행은
영원한 행복으로 나아가는 길

 

나의 집은 들짐승의 그것과 같고
내기 먹는 음식은 사료와 같이
보잘 것 없으며

 

나의 몸은 해골과 같고
나의 행장은 미친 사람과 같지만

 

나는 차디찬 바위 위에 앉아
가죽을 벗기는 듯한 열성으로
정진하노라.

 

그리하여 최상의 지혜와 깨달음을 얻게 된다면
이생에서는 번영과 행복을 누리고
내생에서는 부처를 이루리니

 

누이여 사랑스런 빠다여,
슬퍼하지 말라.
너 또한 영원한 행복을 위해
진리의 수행에 몸을 바치어라.

 

나의 노래를 듣고 빠다는 말하였다. "나는 오빠가 뭐라 하셔도 오빠가 이처럼 궁핍한 수도 생활을 하시는 것을 차마 볼 수 없답니다. 설사 오빠가 좋은 음식을 먹고 좋은 옷을 입는다고 해서 수행이 도망가 버리는 것은 아니잖아요. 저는 무슨 짓을 해서라도 오빠의 먹을 것과 입을 것을 대 드리겠어요. 그렇지 않으면 오빠는 이 적막한 곳에서 배고픔과 추위로 돌아가시겠어요." 누이는 가져온 음식을 내게 권하고는 나의 입을 옷과 음식을 구헤 오겠다며 굴을 나갔다.

 

갑자기 좋은 음식을 먹게 되자 나는 마음의 동요가 극심해져서 도저히 명상을 계속할 수가 없었다. 수행을 계속하는 데 이보다 더 큰 장애는 없는 듯했다. 나는 스승께서 주신 책을 열어 수행 중에 나타나는 장애를 극복하고 화를 복으로 바꾸어 열의와 정진을 더해 현재의 번뇌를 치유하는 행법을 찾아냈다. 또 그 책에는 이러한 경우를 당해서는 몸에 유익한 음식물을 충분히 취하는 것이 좋다고 씌여 있었다. 나는 곧 이러한 행법의 실천에 들어갔고, 마침내 신경조직의 가장 미묘한 매듭(심령 신경 매듭-차크라)을 파악 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이는 삼사라와 니르바나라는 동전의 앞뒤와 같이 서로 의존적이어서 모든 그릇된 견해를 벗어나게 되면 삼사라가 곧 니르바나임을 깨달았다. 그리고 이러한 지혜를 깨치게 한 가장 근본적인 에너지는 수행의 초기 단계에서의 불굴의 정진력이었으며 그것이 신체의 원만한 조화를 준 영양가 있는 음식과 스승의 심오한 가르침을 실행하였을 때 피어났음을 자각하였다. 그리하여 나는 밀교(바즈라야나, 금강승)의 가르침이 모든 감각적 체험을 정신적 성취로 바꾸는 방법론임을 확실히 알게 되었던 것이다.

 

음식을 보시하여 나에게 이러한 깨침이 일어나게 한 직접적인 장본인 빠다와 제세에게 감사하고 그들의 보시행이 모든 중생들과 더불어 밝음의 세계와 인연 지어지도록 기도하는 마음으로 나는 시를 지었다. 이 시는 상호 의존하는 것들의 본질과 인연을 노래한 것이다.

 

로뿌다꾸에 계신 마루빠 스승님의 발 아래 예배합니다.
원컨데 이 행자가 외로운 이 암자에서 수행을 성취토록 축수하소서.
속인들이 바친 청정한 보시는
나와 그들의 마음 밝히는 씨앗 되었네.
이 몸뚱이 죽기는 쉬워도 만나기는 어려워
영양가 있는 음식으로 건강을 회복하였네.

 

단단한 대지의 흙과 광대 무변한 창공에서 내리는 비
이들은 결합하여 모든 중생에게 혜택을 주니
이는 곧 성스런 진리

 

황량한 들판의 이 암굴과 거룩한 불법에의 귀의
이들은 결합하여 대망의 목표를 성취시키리니
이는 곧 불성의 실현

 

밀라레빠의 꺽이지 않는 수행 의지와 삼계 중생들의 신심
이들은 결합하여 그들을 시봉하리라는 나의 원력 고취시키니
이는 곧 자비

 

암굴에서 명상하는 위대한 수행자와 그에게 음식을 보시한 신도들
이들은 결합하여 더불어 함께 밝음의 세계로 나아가니
이는 곧 공덕의 회향

 

밝은 스승의 자비심과 수행 중인 제자의 쉬임 없는 정진
이들은 결합하여 성스런 다르마를 수호하리라는 서원 다지게 하니
이는 곧 거룩한 헌신

 

바른 깨달음으로 인도하는 관정(수계)과 신심에서 우러난 서원
이들은 결합하여 빠른 소원 성취 있게 하리니
이는 곧 축복

 

오, 영원의 부처님이시여
당신은 이 탁발승의 행복과 불행을 다 아시나이다.

 

나는 전에 체험했던 상태와 비슷하긴 해도 그 깊이와 힘에 있어 먼저의 것을 훨씬 능가하는 초감각적인 평정과 청정의 경지를 체험하게 되었던 것이다. 나는 더욱 열성을 다해 명상을 계속해 나갔다.제 3 장, 니르바나

 

대성취로 나아가다 1

 

마침내 나는 자유자재로 자신을 변신시키고 마음대로 공중을 날 수 있는 힘을 얻게 되었다. 낮에는 이러한 무한한 힘을 연습하고 밤에는 꿈속에서 자신과 똑같은 힘을 가진 수백의 분신을 만들어 내어, 각각의 분신들은 허공을 가로질러 모든 불국토로 달려가 설법을 듣고 돌아와서는 많은 사람들에게 설법을 하였다.

 

나는 또 이 몸을 불꽃이나 흐르는 맑은 물로도 변화시킬 수가 있었다. 이 모든 일들이 비록 꿈속에서 일어난 것이지만 나는 이 같은 현상에 고무되어 더욱 성공하리라 확신을 갖고 환희에 차서 명상에 전념한 결과 실제로도 그 같은 능력을 체득하게 되었다. 어느 때 내가 그렇게 날아서 우연히 론다라는 조그만 마을을 지나게 되었다. 그곳에는 큰어머니의 친척 오빠가 살고 있었는데, 마침 그는 어린 아들을 데리고 밭을 갈고 있었는데 아들이 내가 날아가는 것을 보고 소리쳤다.

 

"저것 좀 보세요! 사람이 날고 있어요." 그는 일손을 멈추고 나를 힐끔 쳐다보더니 말했다. "저런 것을 보고 놀라거나 재미있어 하면 안 된다. 쨔의 갸르모 겐이라는 악녀에게는 사악한 마술을 쓰는 밀라라는 아들놈이 있었는데, 저것은 바로 그 기아에 허덕이던 형편없는 놈이다. 옆으로 비켜서 놈의 그림자를 밟지 않도록 조심해라. 자, 어서 소나 몰자꾸나."

 

그는 내 그림자에 들어가는 것을 피하려는 듯 몸을 옆으로 움직였다. 아들은 "아버지, 형편없든지 병신이든지 하여간 사람이 난다는 것은 얼마나 신기한 일이에요" 라고 말하면서 넋 빠진 듯 나를 올려다보는 것이었다. 이제 나는 내가 원하기만 하면 모든 중생을 구제할 수 있다고 생각하였다. 그래서 나는 앞으로 중생 구제에 이 몸을 바치리라 결심하였다. 그러자 구루께서 일찍이 내게 명령하셨던 말씀이 떠올랐다.

 

그것은 나의 전 생애를 명상 수행에 바쳐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것이 곧 법을 이익 되게 하고 중생을 구제하는 '최상의 길'이라 하셨다. '그렇다. 내 생애를 오로지 수행에 바침으로써 후세의 귀의자들은 나를 본보기로 삼아 일체의 세속적인 목적과 희망을 버리고 나처럼 오로지 수행에 전념하게 되리라.' 나는 다시 곰곰히 생각하였다.

 

'이곳에서 오랫동안 명상하면서 그간에 설법하였던 사람들에게 나의 모습은 드러나고 말았다. 게다가 날고 있는 모습도 들키고 말았으니 더 이상 여기에 머물게 되면 속인들은 단지 악해(惡害)로부터 피하기 위한 이기적 욕망의 성취를 위해 내게로 몰려들 것이다. 이는 하늘의 아들 제석천[인드라]의 유혹을 스스로 자초하는 것이 되리라. 세속적 명성과 번영은 내 수행에 방해가 되어 궁극의 완전한 지혜를 가리게 할지도 모른다.' 나는 라뿌찌 간의 조용한 암굴로 가서 명상 수도를 계속하기로 하였다. 쐐기풀을 끓여먹던 냄비 하나로 둘러메고 다까루 단 굴을 나섰다. 충분치 못한 영양 상태에서 갑작스레 눈부신 햇살 속으로 나오니
나는 그만 발을 헛디더 넘어지고 말았다. 그리하여 갖고 있던 냄비는 떼구루루 굴러 돌멩이에 부딪쳐 깨지고 말았다. 그런데 깨진 냄비 속에서 또 하나의 초록색 냄비가 굴러 나왔다. 그것은 쐐기풀국의 앙금이 쌓여 굳어진 것이었다. 이 재난은 새삼스러이 모든 사물의 본성을 깨닫게 해주었다. 나는 그것을 수행을 계속하라는 훈계로 알고 깊은 신앙심에 잠겨 시를 지어 노래를 하였다.

 

방금 있던 냄비조차 이미 간 곳 없으니,
그 속에서 모든 사물의 본성 보았네.
일체는 무상하고 덧없다는 것을
냄비는 깨졌으나 나의 스승이 되어
심심미묘한 무상법문 설해 주었네
나, 귀의자 밀라는 냄비의 법문을 듣고
다시 굳은 서원 세워 다짐하네.
세세생생 선지식 만나
부처님 시봉하기를 발원....

 

내가 이 시를 노래할 때 마침 한 사냥꾼 일행이 밥을 지어 먹기 위해 나의 동굴을 찾아 왔다. 그들은 내 노랫소리를 듣더니 이렇게 물었다. "오, 수행자시여, 당신은 매우 아름다운 음성을 가지셨군요. 그런데 그 깨진 냄비와 풀 앙금으로 굳어진 것으로 무얼 하시려
는지요? 당신은 퍽 야위시고 피부는 사람과 같지 않으니 어찌 된 일이십니까?" 내가 쇠약해진 연유를 말하자 그들은 크게 놀라며 나더러 자기들과 같이 밥을 먹자고 권했다.

 

식사를 하던 중 한 젊은이가 말을 걸었다, "보건대 당신은 원래 체격이 튼튼했던 것 같습니다. 배를 주리며 이런 고생을 하지 않고 대신 세상에 나가 생활을 했더라면 그 인내와 끈기로 모르긴 몰라도 상당한 지위도 얻고 재산을 모아 사랑하는 가족을 거느리고 행복하게 살았을 것입니다. 아니면 장사로 큰 재산을 모을 수도 있었겠지요. 아니 최악의 경우 남의 집 머슴을 살았다 해도 이보다는 훨씬 나았을 것입니다."

 

연로한 사냥꾼이 그의 말을 막으며 말하였다. "내게는 이 분이 대단히 훌륭한 수행자로 보이는 걸. 그러니 이 분은 우리의 세속적 충고를 귀담아 듣지 않으실거야. 괜히 입 열어 헛수고 할 것 없잖아." 그리고는 나를 향해 말하였다. "당신의 아름다운 음성으로 다시 한번 저희에게 그 훌륭한 시를 읊어 주시지 않으렵니까?"

 

나는 대답하였다. "당신들은 모두 나를 불쌍히 여기는 듯하오만 이 세상에서 나처럼 행복할 뿐만 아니라 보다 큰 지각(知覺)과 보다 고귀하고 큰 행운의 생애를 자랑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오. 허나 당신들은 이 점을 이해 못하겠지요. 나의 즐거움을 가르쳐 주리다. 그것은 마치 당신들이 생각하는 보물처럼 나의 기쁨을 이루는 것이니 들어 보오." 나는 「요기의 달리는 말」이라는 시를 그들에게 노래해 주었다.

 

내 몸은 보리(지혜) 언덕 위의 사원
가슴은 신성한 재단
마음은 말처럼 그 안에서 날뛰고 있네
이 말은 어떤 올가미로 붙잡을 수 있을까?
어떤 말뚝에 묶어야 할까?
어떤 먹이를 먹여야 할까?
어떤 물을 주어 그 목을 축이며
어떤 옷을 입혀야 할까?

 

그 올가미는 오로지 한 생각, 정신 집중
묶을 때에는 명상의 말뚝에
배고플 때에는 구루의 법을
목마를 때에는 의식의 흐름을
추울 때에는 공(空)의 옷을 입히라.

 

안장으로는 의자를
그물로는 지성을
껑거리 끈으로는 흔들림이 없는
마음[心]을 말에 매달아
그 주위에 생명의 기운을 통하게 하라.

 

기수는 지성의 젊은이
그의 투구는 대승의 이타사상
갑옷은 수학(修學)과 사고 그리고 정관(靜觀)
등에는 인내의 방패를 메고
손에는 대망의 긴 창을 들었네
허리에 이성의 검을 차고
우주의 마음인 거침없는 화살을
현명하고 올바른 시위에 매겨
신심 깊은 자들의 이기심을 관통하네

 

그 말은 행복을 넘치는 평원을 달리니
행선지는 모든 승리자(불타)들의
경지인 니르바나의 달성
뒤에는 삼사리에의 집착을 버리고
앞으로는 구원의 안전한 장소로
달려가네

 

이것이 너희가 생각하는
행복인지 아닌지 판단해 보라.
세속의 덧없는 행복을
나는 바라지 않노라.

 

이 노래를 듣자 그들은 마음속 깊이 감동을 받고 경건한 신앙심을 갖게 되었다. 나는 딘으로 가서 사람들로부터 라뿌찌 간(에베레스트의 별칭)과 기 뿌꾸(기쁨의 굴)에 대해 자세히 듣고 기 뿌꾸로 가기로 정하였다.

 

 대성취로 나아가다 2 

 

나는 그곳에서 수개월을 지내며 수행한 결과 순조로운 발전을 이룰 수 있었다. 내 소문을 들은 많은 사람들이 공물을 바치러 찾아 왔다. 이 이상 더 머물면 높아진 명성 때문에 공부에 방해가 될 것이다. 나는 더욱 조용한 곳을 찾으리라 생각하고 구루께서 이미 언급하셨던 성스러운 수행처 라뿌찌 간으로 거처를 옮기기로 하였다.

 

내가 막 출발하려는 데 빠다가 한 장의 모직천을 가지고 나를 찾아 왔다. 그것은 그녀가 다른 사람들이 쓰다 남은 자투리 실을 얻어 모아 짠 것이었다. 그것을 갖고 그녀가 다까루 단으로 가니 내가 보이지 않아 만나는 사람마다 나의 행방을 수소문하여 이곳까지 찾아 온 것이었다. 도중에 그녀는 라마 다리 로짜와(대역 삼장법사 다리)가 천개(天盖)를 받치고 높은 단위에 앉아 오색 비단을 두루고 많은 제자들과 대중들에 둘러싸여 법요식을 행하고 있음을 보았다.

 

그녀는 생각하였다. '다른 수행자나 승려들은 이러한 명예를 누리고 있는데 오빠의 종교는 슬픔의 원천이며 자신을 고통스럽게 할 뿐 아니라 친척들에게 부끄러운 생각마저 들게 할뿐이니 이번에 오빠를 만나면 저 훌륭하신 라마의 제자가 되도록 권해 봐야지.'

 

 입 멸 1

 

제츈 밀라레빠 존자께서 앞서 이야기한 모든 수행을 성취하셨을 때 딘의 깊은 골짜기에는 재산이 많고 높은 권세를 누리는 게세 짜뿌와라는 한 박학한 라마가 살고 있었다. 그는 지방의 유지로 모임이 있을 때면 언제나 상석을 차지 하였다. 겉으로 그는 제츈에게 경의를 표하곤 했지만 내심으로는 제츈에 대한 질투로 속이 터질 듯하였다. 그는 한 계교를 생각해 내었다. 여러 사람들이 모인 자리에서 제츈에게 난해하고 유식한 질문을 하여 그를 곤경에 빠뜨림으로써 제츈이 자신보다 못하다는 것을 폭로시키리라.

 

갑인년(서력 1134년, 제츈의 나이 83세가 되던 해), 가을 상달에 마침 제츈 존사와 짜뿌와가 함께 초대된 큰 결혼 피로연이 있었다. 제츈은 하객들의 제1열 상좌에, 게세 짜뿌와는 그 차석에 자리하였다. 짜뿌와는 제츈이 마땅히 그에게 답례할 것을 기대하며 제츈에게 예배하였다. 그러나 제츈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제츈은 항상 그의 스승 이외의 누구에 대해서도 예배는 커녕 답례조차 하지 않았고, 이때도 그는 언제나의 관습을 바꾸지 않았다.

 

게세는 한층 더 깊은 원한을 마음에 새겼다. "이 무슨 창피란 말인가! 나 정도의 대빤디드[학자]가 그처럼 배우지 못한 무식한 자에게 능멸을 당하다니! 내 기어코 복수를 하고 말리라." 짜뿌와는 난해한 철학서를 꺼내어 제츈에게 이 같이 제의하였다. "오 제츈이시여, 부디 이 책을 음미하여 글자 하나 하나를 잘 풀이해 주셔서 나의 의혹을 풀어 주시기 바랍니다."

 

이에 제츈은 답하셨다. "이 논리적 추론의 단순한 문자적 해석에 관해서는 당신 자신이 더 잘 알 것이요. 그러나 그 참된 진리를 스스로 체험하기 위해서는 여덟 개의 세속적 욕망과 개인적 자아의 그림자를 철저히 포기하고 니르바나와 삼사라[윤회]가 분리 될 수 없는 하나임을 알아 깊고 조용한 곳에서 명상 수행하여 나를 정복하는 것이 필요하오.

 

암기되어 전해 내려온 문답이라는 형식을 기록한 말장난이나 지식의 궤변을 나는 배우지도 존중하지도 않소. 이러한 것들은 지적 혼란만 일으킬 뿐, 진리의 성취를 가져올 수 있는 진실한 수행으로도 인도하지 않소. 그러한 말장난에 나는 무지하오. 설령 내가 그런 것을 좀 알고 있었다 해도 훨씬 전에 잊어버렸을 것이오. 탁상 위의 공론을 귀중히 여기지 않은 까닭을 노래하고자 하니 부디 귀기울여 주시기를...."

 

영광스런 마루빠, 역경 삼장법사의
발 아래 예배합니다.

 

스승의 은총이 내리신 이래
나는 결코 한눈 팔지 않았네.

 

사랑과 자비를 오랫동안 숙고하다 보니
나라는 것, 너라는 것
다 잊어버렸다.

 

나와 나눌 수 없는 수호신께
오래 명상하다 보니
이 비천한 몸뚱이의 일, 다 잊어버렸네.

 

최상의 진리를 향해
오랫동안 명상하다 보니
책에 기록된 온갖 것, 다 잊어버렸네.

 

이생과 내생을 오랫동안 명상하다 보니
친구나 가족의 의견을 구할 필요,
다 잊어버렸네

 

깨달음을 향해
하나하나 새로운 체험을 쌓다 보니
온갖 교리나 교조, 다 잊어버렸네

 

불생·불멸·무주(無住)에
오랫동안 명상하다 보니
이런 저런 목표에 대한 갖가지 정의
다 잊어버렸네.

 

이 마음의 근본자리를 부처로 알아
오랫동안 명상하다 보니
마음이 만들어 낸 희망이니 두려움이니 하는 온갖 궁리
다 잊어버렸네.

 

자유 속에서 창출된 경지에 오랫동안
마음을 두다 보니
인습 같은 건 다 잊어버렸네

 

몸과 뜻을 오랫동안 살피다 보니
강자의 오만이니 불손한 작태니 하는 것,
다 잊어버렸네.

 

이 몸을 오랫동안
수행의 장으로 여기다 보니
사원의 안락함과 위안거리
다 잊어버렸네.
언어를 초월한 진리의 의미를
오랫동안 찾다보니
그 내력 조사하는 것
다 잊어버렸네.

 

오, 박학한 이여,
원컨대 그대가 이런 말들을
그대의 권위 있는 책에서 찾아내 보라.

 

그러자 짜뿌와는 말했다. "그런 말이야 당신들 요가 교의에 따르면 대단히 훌륭한 것이겠지만 우리 학자들에게는 말도 안 되는 소리지. 나는 당신을 매우 훌륭한 분으로 생각했는데 실망을 금치 못하오."

 

짜뿌와가 이렇게 말하자 그의 지지자들조차 불쾌한 감정을 나타내며 일제히 소리쳤다. "오, 대덕이시여, 이 세상의 당신 같은 박학한 학자들을 다 합친다 해도 제츈의 옷자락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아니 그분의 단춧구멍 하나도 메우지 못할 것입니다. 당신은 당신에게 주어진 자리에 만족하시오. 그리고 고리대금이나 잘 하셔서 재산 늘릴 연구나 하시오.  진리에 관한 한 당신에게는 그 좋은 향기가 전혀 어울리지 않습니다."

 

짜뿌와는 매우 분해했지만 참석자들이 일치하여 제춘의 편을 들었으므로 싸울 수도 없었다. 그래서 그는 마음으로 이렇게 생각하며 꾹 참고 침묵을 지킨 채 앉아 있었다.

 

'이 무식한 놈, 밀라레빠는 부처의 법을 속여 기이한 행동을 나타내고 허튼소리를 하여 많은 보시와 공물을 받고 있다. 그리고 내가 경전의 연구에 조예가 깊고 많은 재산과 권세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를 능멸하고 나의 학문을 개똥보다도 못한 것으로 여기고 있다.
나는 어떻게 해서든지 그가 다시는 그따위 짓을 못하게 하리라.'

 

이 같은 결심을 하고 짜뿌와는 그의 첩에게 값비싼 보석을 주겠노라고 설득하여 제츈에게 독약을 탄 우유를 바치게 하였다. 제츈이 딘의 암굴에 머무셨을 때 그녀는 이 일을 위해서 찾아왔다. 한편 제츈은 인연 있는 제자들과 신도들을 완성과 해방의 길로 인도하는 임무를 마치고 이제는 설사 그가 독을 탄 우유를 마시지 않는다 해도 임종의 시기가 온 것을 알고 있었다.  

 

 

나를 보자 누이는 대뜸 말하였다. "오, 오빠 제발 이런 배고픔과 벌거숭이의 모습을 다시는 하지 마세요. 오빠는 그것을 훌륭한 명상법이라고 하시지만 이는 너무나도 부끄럽고 예절을 벗어난 짓이에요! 이 천으로 바지라도 만들어 입으시고 라마 다리께서 계신 곳으로 가세요. 그 분은 가장 훌륭한 라마로 추앙 받는 분 중의 한 분이신데 그 모습이나 수행은 오빠와는 전혀 틀립니다. 그분은 아래는 옥좌로 바쳐지고 위는 천개로 가려지고 있으며 몸에는 비단을 입은 향그러운 차와 짠주로 채워지고 있습니다.

 

그분 앞에는 항상 몰려드는 제자와 신도들로 큰 바다를 이루고 있습니다. 어딜 가도 그분은 군중과 공물을 모아 제자들과 친척들을 이익 되게 하십니다. 저는 오빠가 그분 밑으로 들어가셨으면 합니다. 설사 오빠가 가장 비천한 학승으로 받아들여진다 해도 이 생활보다는 낫겠지요. 오빠의 궁핍한 수도 생활과 나의 불행한 삶은 이 세상에 아무 의미도 없습니다." 그렇게 말하며 누이는 슬피 울었다.

 

나는 누이를 위로하여 말했다. "빠다야, 그렇게 말해서는 안 된다. 너는 내가 훌륭한 옷을 입지 못하고 거의 나체로 있는 것을 부끄럽게 생각하고 있구나. 그러나 나는 사람 몸을 받아 진리를 성취하는 것을 자랑으로 여긴다. 거기에 무슨 부끄러움이 있겠니? 오히려 알면서도 죄를 범하는 자나 삼보에 바치는 재산을 도둑질하며 거짓말이나 비천한 행동을 하는 자들이야말로 모든 신과 성자들의 증오의 대상이며 부끄러운 자들이라는 것을 알라.

 

또다시 네가 나의 알몸을 보고 부끄럽게 생각한다면 오히려 네가 태어났을 때는 없었던 유방이 실로 크게 부풀어 있는 그것을 부끄러워 해야 할 것이야. 또한 내가 돈을 벌거나 먹을 것, 입을 것을 구할 수 없어서 이토록 궁핍하게 수행한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나의 구루이신 역경 삼장법사 마루빠님께서는 내게 명하셨다. 일체의 세속적인 관심이나 목적, 혹은 재산이라든가 명성에 집착하지 말고 한 군데에 머물지 말며 여러 곳을 유행하며 오로지 수행에만 정진할 것을.

 

그것이 그분의 훈계이므로 나는 그 말씀을 좇아 수행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는 것이 곧 나를 좇는 사람들에게 안락과 위안을 주는 것이며, 나아가서는 나를 포함한 모든 유정들을 위한 영원한 행복을 얻게 하는 길이라고 그 분은 말씀하셨다. 죽음이 언제 우리를 찾아 올지 우리는 알지 못한다. 그러므로 나에게는 이것 저것에 마음 쓸 시간이 없는 것이다. 만일 내가 부와 안락을 얻고자 하였다면 라마 로짜와 정도의 것이야 얻을 수 있었겠지.

 

그러니 그의 비천한 학승으로 어쩌니 저쩌니 할 필요는 없다. 나는 이 생애에서 부처를 이루기를 열망한다. 그러므로 나는 이렇게 정진하여 이 몸을 귀의와 명상에 바치고 있는 것이다. 빠다야, 너 또한 모든 새속적 욕망을 포기하고 이 오빠와 함께 생애를 오로지 붓다후드의 성취에 바칠 수 있다면 이생의 행복은 물론이려니와 변치 않는 영원한 행복의 태양이 찬연히 빛나게 되리라. 오빠의 노래를 들어 보아라." 누이여, 새속의 욕망으로 괴로워하는 자여
내 노래를 들으라
천개(天盖) 위에는 황금의 작은 첨탑
아래로는 우아한 중국 비단의 수술이 드리워졌네
화려한 공작 날개 모양의 일산, 아름다운 무늬
이것 모두 세속적 욕망이어서
나는 도망하였네
누이여, 그대 또한 모든 욕망을 버리고
라뿌찌 간으로 가자.
나와 함께 라뿌찌 간으로 가자.

 

하이얀 소라 고동의 머얼리 울려 퍼지는 가락
숙련된 나팔수의 볼에 가득한 입김
구름같이 모여든 승려들의 대집회
이것 모두 세속적 욕망이어서
나는 도망하였네.
누이여, 그대 또한 모든 욕망 버리고
라뿌찌 간으로 가자.
나와 함께 라뿌찌 간으로 가자.

 

마을 위에 있는 흘리듯 아름다운 절
새파란 신참자들의 막힘 없는 지껄임과
근면한 일손
향긋한 차가 끓고 있는 잘 정돈된 부엌
이것 모두 세속적 욕망이어서
나는 도망하였네
누이여, 그대 또한 모든 욕망을 버리고
라뿌찌 간으로 가자.

 

주문이나 점성술 같은 수입 좋은 장사
승려들의 방정함과 겸손, 놀이를 위한
여러 가지 법회
속인을 취하게 하는 구성진 가락의 법가(法歌)
이것 모두 세속적 욕망이어서
나는 도망하였네
누이여, 그대 또한 모든 욕망 버리고
라뿌찌 간으로 가자.
나와 함께 라뿌찌 간으로 가자.

 

연와조의 묵직하고 아름답게 치솟은 지붕
식량과 보화로 가득한 창고
광대하고 비옥한 땅
많은 제자들과 모여드는 신도들
이것 모두가 세속적 욕망이어서
나는 도망하였네
누이여, 그대 또한 모든 욕망 버리고
라뿌찌 간으로 가자.
나와 함께 라뿌찌 간으로 가자.

 

태어난 것은 죽지 않을 수 없고
죽을 때는 정해져 있지 않으니
내게는 지체할 시간이 없네
누이여, 그대 또한 윤회의 굴레에 매일
세속 욕망 모두 버리거
라뿌찌 간으로 가자.
거기에 영원한 행복의 태양은
찬란히 떠오르리라.
 빠다가 말하였다. "오빠께서는 세속적인 욕망을 버리라고 하셨지만 우리에게는 더 이상 버릴 아무 것도 없지 않습니까. 그것은 라마 로짜와처럼 되시지 못한 오빠가 자신의 무능함을 숨기기 위한 변명에 지나지 않습니다. 저는 라뿌찌 간으로 가지 않으렵니다. 가보나마나 그곳에도 먹을 것, 입을 것이 없겠지요. 저는 그러한 궁핍함을 구하러 그렇게 먼 데까지 가고 싶지는 않으니까요.

 

그나저나 오빠, 사냥개에게 쫓기는 짐승모양 여기저기 헤매며 사람이 살지 않는 절벽이나 암벽에 매달려 살지 말고 제발 한 곳에 머무르세요. 그래야 저도 쉽게 오빠를 찾을 수 있고 신도들도 모일게 아니겠어요. 아니 며칠만이라도 여기에 계세요. 그리고 이 천으로는 꼭 옷을 만들어 입으세요. 저는 먹을 것을 구해서 이삼일이면 돌아오겠어요," 나는 누이를 불법에 귀의시키기 위해 그녀가 돌아올 때까지 머물기로 승낙하였다.

 

누이가 떠난 후 나는 천을 도려내어 얼굴을 푹 덮는 두건 하나를 만들었다. 그리고 나머지로는 음경의 가리개와 손가락 발가락 하나를 쌀 수 있도록 각각의 싸개를 만들어 두었다. 며칠 뒤 누이가 돌아왔다. 누이는 내게 옷을 만들었느냐고 물었다. 나는 만들어 둔 싸개를 꺼내어 하나하나 몸에 붙여 누이에게 보여 주었다.

 

누이는 어이없어 하며 말하였다. "아니 오빠, 이제는 제정신이 아니군요. 오빠는 부끄러움을 모를 뿐만 아니라 제가 나가서 고생 고생하여 얻어온 천마저 조각 조각을 내버리시다니요. 어느 때 오빠는 명상 이외에는 무엇에고 할애할 시간이 없는 듯이 말씀하십니다. 그런데 또 어느 때는 지나치게 시간이 많은가 보군요."

 

나는 대답하였다. "나는 가장 가치 있는 인간이다. 그것은 내가 인간으로 태어난 이 귀중한 은혜를 최고의 가치로 바꾸는 일에 전념하고 있기 때문이야. 무엇이 참으로 부끄러운가를 알고 나는 진리[다르마]를 터득하는 일에 이 몸을 바치고자 하는 자신의 서원을 엄격히 지키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네가 나의 음경을 보고 부끄럽다고 하므로 나는 그것을 도려내려고 생각하였다.

 

그러나 그것은 내 귀중한 생명을 앗아갈 터, 그것 없으면 나는 수행도 할 수 없을 것이므로 그래서 하는 수 없이 네 말대로 명상의 시간을 희생하면서까지 이 싸개들을 만들었던 것이다. 그러니까 이 천은 소용없이 된 게 아니고 바로 네가 원하던 바대로 쓰여진 것이다. 너는 너무도 조심성이 많아 부끄러운 것에 민감하다. 만일 네가 나의 음경을 수치로 여긴다면 너의 그것 또한 수치로 여기지 않으면 안 될 것이야. 수치라는 것은 몸에 붙이고 있는 것보다는 없애는 것이 좋으니 정히 그렇다면 될 수 있는 한 빨리 그것을 도려내는 것이 좋지 않겠니?"

 

내가 이렇게 말하자 누이는 치미는 울화를 억제하려는지 가만히 있었다.

 

나는 말을 계속하였다. "세속 사람들은 하등 부끄럽지 않은 것을 부끄럽다고 하는구나. 참으로 부끄러워해야만 하는 것은 사악한 행위의 죄를 감추는 일이다. 그러나 그들은 무엇이 참으로 수치인지를 알지 못한다." 나는 한동안 누이를 나의 암굴에 붙잡아 두고 부처님의 진리와 인과의 법에 관해 이야기해 주었다. 그리하여 마침내 나는 누이로 하여금 어느 정도까지 불타의 법에 귀의하게 하는 데 성공하였다.

 

이 무렵 큰어머니 또한 큰아버지가 죽고 난 후 진심으로 우리에게 자행한 악행을 후회하고 사람들에게 나의 행방을 수소문하여 많은
공물을 갖고 라뿌찌 간, 험한 절벽 끝에 있는 나의 암굴로 찾아 왔다. 나는 큰어머니를 용서하고 대승의 부처님법을 설해 주었다. 이에 큰어머니는 완전히 개심하고 고행과 명상에 몸을 바쳐 급기야는 해탈을 성취하였던 것이다.

 

여기에서 제츈 밀라 제빠 도르제, 위대하신 성자의'어떻게 하여 일체의 세속적 욕망과 위안, 명성이나 평판에 대한 미련을 포기하고 구루의 명령에 따라 생애를 보냄으로써 구원의 해방을 얻으셨던가?' 하는 이야기는 끝이 난다. 대중들은 그 이야기를 듣고 신앙심으로 깊이 감동되어 성스런 다르마에 대한 굳은 서원을 세우고 진리의 수행에 정진하여 높은 경지에 도달하게 되었다.

 

 

 

 

입 멸 2

 

그리하여 짜뿌와의 첩이 독약을 탄 우유를 제츈께 공물로 바쳤을 때 그는 잔잔한 미소를 띄며 이를 받아 마셨던 것이다. 제츈이 아무 말도 없이 공물을 수락하자 그녀는 내심 제츈에게 투시력이 없다는 짜뿌와의 말이 맞다고 생각하였다.

 

"약속 받은 보석은 손에 넣었는가?" 제츈이 이렇게 묻자 그녀는 양심의 가책과 공포감으로 떨기 시작하였다.

 

"네! 주여, 보석을 얻었습니다." 그녀는 제츈의 발 아래 꿇어 엎드려 그 독이 든 우유를 자신에게 돌려줄 것을 애원하였다.

 

그러자 제츈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물론 나는 그대에게 돌려 주지는 않을 것이야. 나는 그대를 가엾이 여기노라. 내 수명은 이미 다 되었고 이제 할 일도 끝났다. 그대의 독이 든 우유가 내게 죽음을 가져다주는 것은 아니다. 그대와 짜뿌와 두 사람이 이번 일의 모든 것을 깊이 참회할 때가 오리라. 그때가 되면 그대들도 고행과 수도에 전념할 것이다. 내가 지금 그대들을 구원하지 않는다면 그대들 두 사람은 한량없는 미래세 영겁토록 행복에서 멀어지고 지옥고가 따를 것이다. 그러므로 나는 그대의 공양물을 수락한 것이니라."

 

그러더니 독이 든 우유를 마셨다. 그로부터 며칠 뒤 제츈은 발병하였다. 제자들은 제츈께 의사의 치료를 받을 것을 간원하고 스승의 쾌유를 비는 기도회를 열도록 허락하시기를 청하였다.

 

그러나 제츈은 이를 만류하셨다. "수행자는 병을 수행하는 데 오히려 도움이 되게 하여 고통이나 죽음조차도 대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나, 밀라레빠는 은혜 깊은 스승, 마루빠께서 가르쳐 주신 특별한 행법에 의해 모든 장애나 불행을 친구로 만들었으므로 기도나 속죄의 공양물이 필요치 않다. 다섯 가지 독(욕망, 증오, 무지, 자만, 질투)으로 생긴 병을 다섯 신의 축복으로 바꾸었으므로 나는 약제 또한 필요로 하지 않는다.

 

나는 이제 광명의 세계에 융합하지 않으면 안 될 시기에 이르른 것이다. 생애에 사악한 법을 쌓아 올리고 그 결과로 생로병사의 고통을 받는 세속 사람들은 기도나 의술로써 거기에서 벗어나고자 헛되이 노력한다. 제왕의 권력, 미인의 매혹적인 용모, 부자의 재보 혹은 겁쟁이의 민첩함과 웅변가의 변설로도 이 불변하는 인연법의 집행을 방지할 수는 없으리라."

 

이와 같이 제츈께서는 그를 위한 어떠한 치료나 기도도 허락하지 않으셨다.

 

제자들은 여쭈었다. "스승이시여, 만일 당신께서 참으로 입멸하시려 한다면 저희들은 공덕을 위해 장의는 어떻게 만들어야 합니까? 또한 누가 법사가 되어 당신의 뜻을 계승할 것이며, 열반제는 어떻게 집행하오리까? 이 모든 일에 대해 지침을 내려 주시옵소서."

 

"나의 유해가 남겨질른지.... 나에게는 스투파도 짯짜도 소용이 없노라. 나에게는 절이나 암자조차 없었으니 법사 또한 지명할 필요가 없다. 조용한 곳에서 명상 수도하라. 육도의 모든 중생들을 공경하라. 모든 법에 대해 신앙심을 기르라. 짯짜대신 네 가지 큰 서원을 날마다 부단히 복창하라. 나를 위한 열반제는 마음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성실한 기도를 내게 바치는 것으로 하라. 이 같이 힘쓴다면 설사 경전에 기록된 계율과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있더라도 결코 부처님의 뜻에 어긋나지 않으리라."

 

이때 소식을 듣고 뒤늦게 도착하여 애통해 하며 흐느끼는 제자 렛충을 위해 제츈은 노래하셨다.

 

오, 사랑하는 렛충, 나의 아들이여
이 노래, 나의 마지막 가르침을 들으라.

 

삼계에 윤회하는 고통 바다의 대 죄인은
바로 이 보잘것없는 몸뚱이
다만 먹고 입는 세상사에 항상 분주하여
구원을 찾지 않네.
렛충, 일체 세간사, 모든 애착 놓으라.

 

이 몸뚱이는 덧없는 고깃덩어리
마음은 진실함이 없어 그걸 따를 뿐
참된 진리를 구하지 않네
렛충, 마음의 참된 본성을 깨치라.

 

무지와 현상계에서 대죄인은
그대 안에 넘치도록 쌓아 논 지식
그저 재난이나 피하려 할 뿐
나고 죽음이 없는 진리를 깨치려 않네

 

이생과 내생에서의 대 죄인은
부단히 올라오는 모든 궁리
오로지 갖지 않은 것만을 찾아 끝없이
헤맬 뿐.
렛충 그대 안의 영원한 진리를 찾으라.

 

육도의 덧없는 도시에 태어난 요인은
사악한 카르마로 빚어진 죄의 은폐
인간은 좋다 나쁘다 시비에 몸믈 맡겨
둘 아닌 하나임을 결코 알려고 않네.
렛충, 좋고 나쁨을 다 피하라.

 

보이지 않는 극락에 대한 난해한 논의에
뛰어난 붓다께서
많은 난해하고 심원한 진리의 방편을
보여 주셨으나
사람들은 그 속에 들어 있는
참 뜻을 알려고 하지 않네

 

렛충, 난해한 논의를 피하라.
대망의 목표와 명상과 참된 수행.
이들을 한데 묶어 부지런히 행하라.
이생과 내생, 바루도[중음신]의
생과 생 사이
이들을 하나로 보아 거기에 익숙해지라.

 

이는 나의 최후의 가르침이니
오, 렛충, 나의 아들이여
부디 참다운 도를 닦으라.
 노래가 끝나자 제츈은 말씀하셨다. "이제 나의 생명의 등불은 꺼지려 하고 있다. 법을 지키고 나의 훈계를 따르라."

 

이윽고 제츈께서는 깊은 삼매의 평온한 경지에 들어 가셨다. 때는 을유년 [1135-(사경주:위에서 이미 기록된 갑인년(1134년) 다음이면
을묘년이 맞는데, 오타인지 아니면 위의 갑인년이 맞는지 만세력을 확인해야 한다.)] 겨울, 정월 열나흘이니, 여든네 살의 세수로 제츈 제빠 도르제 위대하신 성자께서는 입멸하셨던 것이다.

 

입멸의 순간 맑고 깨끗한 허공은 꽃잎 위에 펼쳐진 지극히 아름다운 만다라로 채워졌으며 오색 구름이 산봉우리를 에워싸고 그윽한 향 내음과 심금을 울리는 아름다운 천상의 노랫가락이 들려왔다. 이르는 곳마다 솟구치는 놀랄 만한 상서로움은 이루 다 말할 수가 없이많았다. 이와 같이 하여 붓다의 법은 태양처럼 찬란히 빛나게 되었으니 모든 인연 중생들은 다 해탈을 얻고 영원토록 행복하게 살게 되었다.  ● 옮기고 나서 등나무, 작약의 달콤한 꽃 향 내음이 훈풍에 실려 코끝을 스치는 계절.

 

가만히 앉았어도 가슴 설레이는 이 찬란한 오월에 히말라야의 불멸의 향기, 밀라레빠님의 생애 이야기를 소개 드리게 됨을 매우 뜻 깊게 생각한다. 이 분의 이야기는 이미 몇 년 전 월간 「불교사상」에 일본판(오오에 마사노리 옮김) '티벳의 요기 밀라레빠'를 번역 요약하여 4회에 걸쳐 실은 바가 있다. 그후 많은 분들의 바람이 있었고 이번에 현장스님의 주선으로 비로소 단행본으로 엮어지게 되었다. 기왕에 번역된 일본판과 롭쌍 라룽빠님의 영어 번역판을 비교 대조하여 인명과 지명, 내용상의 미숙한 점을 보완하였고, 특히 우리 나라 사람들의 기호에 맞지 않는 지나친 헌사, 가 보지 않은 성지에 대한 긴 설명 등은 과감하게 생략하였다.  이 생애 이야기가 씌여진 본래의 뜻을 손상치 않으려고 노력하면서 우선 독자들에게 쉽게 이해되고 감명 깊게 읽힐 수 있도록 하는 데에 역점을 두고 이야기를 엮어 본 것이다. 성자의 밝음이 이 책과 인연을 맺게 되는 모든 분들의 어두움을 밝혀 무상의 행복을 성취하기를 발원한다.

 

1988년 6월 1일
옮긴이  (이경숙 )

 

출처 : 心
글쓴이 : 누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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